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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2smi: Daaak
20150213 FRI

 

〈내 아내의 행복한 장례식〉

 

로버트 듀발
존 허트, 빌리 밥 숀튼

 

케빈 베이컨
로버트 패트릭, 레이 스티븐슨

 

앨라배마 주 모리슨
1969년

 

음악: 릭 클라크

 

- 어떻게 할래?
- 뭐 먹을까?

 

- 나도 몰라
- 샌드위치나 먹자

 

편집: 로렌 주커만

 

그래, 젠장

 

전쟁 반대!
전쟁 반대!

 

우리가 원하는 시간은 언제?
지금!

 

우리가 원하는 건 뭐?
평화?

 

우리가 원하는 시간은 언제?
지금!

 

촬영: 배리 마코비츠

 

재수 없어

 

하나, 둘, 셋, 넷
전쟁 반대!

 

제작: 알렉산더 로드니얀스키 &
게이어 코신스키

 

각본: 빌리 밥 숀튼 &
톰 에퍼슨

 

하나, 둘, 셋, 넷
전쟁 반대!

 

가자

 

오벌 앨런이 은퇴하면 테이트 스콧이
보안관 선거에 출마할 거라던데

 

       감독: 빌리 밥 숀튼
 
테이트 스콧 좋아하시네
북부 양키 자식들
 

 

신시내티 사람들이잖아
오하이오 주에서 왔어

 

이 동네 선거에 나가려면
적어도 여기 출신이어야 하지 않아?

 

여기에서 산 지 40년은 됐을걸요

 

웃기지 마
북부에서 나고 자란 녀석이야

 

그리고 웃는 게 꼭
호모 같단 말이야

 

짐, 대로에서 폭동이 있었대요

 

경찰이 히피를
대거 잡았다던데

 

그 집 아들이
주동자라는 소리가 있어요

 

우리가 KKK여도 이렇게 할 거예요?

 

너희 같은 약쟁이들이
KKK에 들어갈 수 있을 리 없잖아?

 

안 그래?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일어나! 어서!
일어나라고!

 

어서 이리 와

 

어서! 대체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똑바로 서 봐

 

아비 망신을 다 시키는 구나
네가 이러고도 미국 국민이야?

 

- 대로에서 내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 아니에요, 아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수갑을 차고 있는 아들을
때리시고 퍽도 용감하십니다!

 

그럼 내가
수갑을 풀어 주마

 

먼지 나게 맞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 망나니짓을 그만두게 해 주마

 

감옥에 들어가서
사람노릇하면서 사죄하고 있어

 

그럼 아비가 보석금을 내고
이 일을 수습해 보마

 

- 알겠냐?
- 아빠도 참 불쌍해요

 

알아

 

- 제가 알아서 나올게요
- 그래

 

저는 제 갈 길 갈 테니까
아빠나 신경 쓰세요

 

그러다가 감옥에 가겠지
데리고 가요

 

- 가자, 캐롤
- 데려가, 어서

 

체포해 가

 

못난 놈

 

우리 아가들
잘들 있었어?

 

- 그 말이 뭐였지, 짐보?
- 나도 몰라

 

- 아빠는 어디 있어?
- 나도 몰라

 

트럭 타고 나가셨어

 

요즘 이상하게 구시잖아
우리 가족이 다 그렇지만 말이야

 

형!

 

샐러드 드레싱 다 섞였어

 

어머나

 

오늘 밤 샐 거면
라디오 소리는 줄여 줘요

 

요즘 언더그라운드
노래를 들어요

 

캐롤이 소개해 줬는데…

 

아주 색다른 음악이죠

 

그런데 자정이 돼야
방송이 시작돼서

 

요즘 계속 늦게
방송을 듣는 거예요

 

내가 듣기에는
잘 모르겠던걸요

 

소리가 너무
크기만 하더라고요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들으면
캐롤은 마음이 열릴 거래요

 

그건 약을 먹으라는 소리예요

 

- 그럼 마음이 열리잖아요
- 쓸모없는 인간

 

지금 마을에 필요한 건
히피들의 평화 시위가 아니에요

 

공원에 그 인간들이
싸 놓은 거름만 쌓였어

 

베트남이랑 우리는 상관없댔어요
괜한 헛수고하는 거라던데요

 

말하기는 쉽지
캐롤 형이 직접 싸우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싸워야 해

 

사실 캐롤도
나름대로 싸우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설명해 봐

 

캐롤 삼촌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댔어요

 

시끄러

 

- 평화로운 방법으로요
- 입 닥치라고

 

여보, 진정해요

 

형은 나이가 50살이나 돼서도
집에서 놀고 있잖아

 

10대처럼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면서
일도 없이 빌빌거리고 있지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줄
다 늙은 매춘부나 찾아다니고

 

아빠도 50살이 다 돼 가는데
이 집에 살고계시잖아요

 

입 다물라고 했던 것 같은데

 

흥분하지 마요, 여보

 

난 적어도 형들처럼
미친 인간은 아니잖아

 

가서 캐롤 형이랑 살아
서로 훈장에 광이나 내 줘

 

반전 시위나 하면서 말이야

 

테이트 스콧이
보안관 선거에 나간대

 

망할 양키가 당선되면
우린 끝나는 거야

 

계피 가루를 넣은
신시내티 칠리를 먹게 되겠지

 

- 그게 무슨 맛이야?
- 콜드웰 씨, 전화 왔습니다

 

저녁 먹는 중이라고
내가 전화한다고 해요

 

국제 전화예요
영국에서 왔어요

 

- 어디요?
- 영국이요

 

영국이라고요?

 

영국이라…

 

여보세요

 

제임스 콜드웰 씨?

 

그래요, 내가 짐 콜드웰이요

 

저는 필립 베드포드입니다

 

필립 베드포드면
그 나쁜 놈 아들인데

 

대체 무슨 용건이래요?

 

네 엄마가 죽었다
오늘 암으로 갔다는구나

 

고향으로 돌아와 묻히고 싶어 했대
그래서 돌려보낸다는구나

 

누가 모셔오는데요?

 

그 영국 놈이랑 그 자식들이

 

누가 좋아한다고
여기를 온대요?

 

나도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참아야지

 

아무리 우리한테 그렇게 했어도
네 엄마는 고향에 묻힐 자격이 있어

 

그러니까…

 

장례식은 토요일이란다
알겠지?

 

네가 형들한테 얘기해라
도나한테는 내가 전화할 테니

 

그래…

 

나 이거 참…

 

불쌍한 나오미 사모님
그 먼 영국에서 돌아가시다니

 

제가 어렸을 때
딱 한 번 만나 뵀어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분이셨지

 

어쩌다 콜드웰 씨를
그렇게 떠나신 거예요?

 

내가 콜드웰 씨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양반이 썩 좋은 남자는 아니지

 

사모님은 새로운 세상이
보고 싶었고

 

콜드웰 씨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

 

그래서 어느 날 혼자 불쑥
떠나 버리신 거야

 

그리고 거기서 그분을 만나고

 

돌아오셔서는 콜드웰 씨에게
이혼하자고 했어

 

그리고 영국에 돌아가서
베드포드 씨와 결혼했지

 

콜드웰 씨는…

 

사모님이 언젠가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돌아오는 건 말고

 

제이디,
제이디!

 

나한테 있던 약이 사라졌는데

 

혹시 네 몸 속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니지?

 

아닐 거야
잠깐만, 기다려 봐

 

지금 내 몸 속을 흘러 다니고 있어

 

다음번에는 이러지 마
꼭 물어보고 가져가라고

 

- 왜? 뭐야?
- 저기 봐

 

형, 무슨 일이야?

 

괜찮아?

 

엄마가 마지막으로 언제 오셨더라?
작년 독립기념일이었나?

 

아니야
아마…

 

6, 7년 전일걸
메리 베스 이모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 형 모자를 사오셨잖아
스코틀랜드 모자

 

엄마가 돌아가셨어

 

영국에서 전화가 왔어

 

엄마 묘비에 베드포드로
이름이 새겨질 거래

 

그래

 

혹시 지금 약 있어?

 

응,
조금 남아 있어

 

아버지, 괜찮으세요?

 

그래, 괜찮다
괜찮냐고 이제 그만 물어라

 

젠장!

 

내가 미쳐, 닐!
이러다 재수 없으면 사고 난다고!

 

이봐, 아가씨들
아직 살아 있을 때 맥주나 줘 봐

 

- 여기 있어요, 아빠
- 고맙다

 

어련하시겠어

 

맥주 또 없어?

 

보기에는 괜찮은 거 같은데요

 

다들 여기 있어요
가서 체크인 하고 올게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네, 베드포드로
예약을 했는데요

 

271구역에 교통사고 발생
차량 1대, 사망자가 있는 것 같다

 

차량 지원 바란다

 

집에 가기 전에
저기 사고 현장 좀 보고 가자

 

할아버지,
저 화장실이 좀 급한데요

 

조금 있다가 가

 

저기 누가 오나 봐
짐 콜드웰이야

 

도대체 저 인간은 왜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는 거야?

 

부자들은 할 일이 없잖아

 

- 안녕하세요
- 픽,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저기 커브를 돌다
사고가 난 것 같아요

 

콘크리트 이정표에
충돌한 건 확실해요

 

다들 무사한데 검시관이 와야
저희도 움직일 수 있어서요

 

내가 한번 보지

 

차에 깔린 남자를
어떻게 꺼낼지 살펴보는 중이에요

 

- 발 조심해요
- 저기예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어디 보자

 

반대편에서 발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잠깐 비켜 봐요

 

내가 들어가서 보지

 

이런, 목이 부러진 것 같군

 

아무것도 못 느꼈을 거요

 

이미 저세상으로 갔어

 

할아버지, 저 진짜 급해요

 

숲에 들어가서 아무 데나 싸

 

할아비는 이 사고를
해결해야 하니까

 

여자라도 만나러
가던 모양이군

 

숲을 보다가 정신 팔려서
한순간에 골로 간 거든지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잘 달리던 차였을 텐데

 

이제 완전히 고물 덩어리가
돼버렸군그래

 

왜 운전자가 방향을
못 바꿨는지 알아봐야겠어

 

다음 학기에
대학교 등록해라

 

대학 다니기 싫어요, 아빠
시간 낭비예요

 

대학에 다녀야
징집 유예를 받지

 

네 또래 애들이
전쟁에 끌려가고 있어

 

- 여보세요
- 오빠?

 

그래, 도나구나
언제 도착했어?

 

집으로 와
아빠가 바비큐 하신대

 

내가 가 봤자 아빠가 싫어하셔

 

그런 소리 마

 

- 나 체포됐었거든
- 정말이야?

 

그래
가서 말해 줄게

 

집으로 와

 

알았어

 

그래, 알았어
이따 보자

 

도나 고모다
도착했다는구나

 

할아버지 집에서
같이 저녁 먹자네

 

- 저도 가야 돼요?
- 그럼

 

형, 일어나

 

그만 자고 일어나

 

내가 왜 전부
이해해야 되는데?

 

잘 잤어?

 

- 괜찮아?
- 그래

 

- 밥 먹으러 집에 가자
- 알았어

 

- 그럼 일어나서 갈 준비해
- 그래

 

올해도 판매 기록을
경신할 것 같아요

 

매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작년엔 주춤했다가
4분기부터 캐딜락을 많이 팔았죠

 

- 필립 베드포드가 전화했어요
- 뭐라고 하더냐?

 

여기 도착했대요
파인스 모텔에 묵고 있다네요

 

- 우리랑 같이 식사할 거예요
- 내 귀를 믿을 수가 없네

 

우리 집에
그 자식들을 초대했어?

 

도나, 무슨 짓이야?
놈들은 당신 어머니를 빼앗아갔어

 

당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야

 

무슨 일이에요?

 

도나가 그 영국 놈들을
집에 초대했대

 

다시 전화해서
초대 취소해라

 

난 절대 못해

 

오빠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냐
엄마가 돌아가셨어

 

엄마의 새 가족도
받아들여야지

 

독선적으로 굴지 마

 

지금 아가씨 행동도
독선적인 것 같은데요?

 

올케는 하던 거나
마저 해요

 

도나가 멋대로 지껄이는 바람에
꼼짝없이 당했네

 

그 인간하고 마주앉아서
밥을 먹게 생겼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

 

그 남자 집에
정말 가자는 말이냐?

 

죄송해요, 아버지
저도 당황했어요

 

계속해서 권하는데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 변명은 듣기 싫다
- 변명이 아니에요

 

그 사람이 덤벼들기라도 하면?
나오미가 해 준 얘기가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질이 불같다더구나

 

들어 보세요

 

벌레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러 왔어요

 

화장실에서 벌레들이 줄지어
이동하더라고요, 직접 봐야 해요

 

콜드웰 가족이
바비큐 파티에 우릴 초대했어

 

입을 만한 옷이 있으려나?
이런 파티에는 뭘 입고 가지?

 

살인적인 더위구나

 

뜨거운 시럽에 빠진 느낌이야

 

여기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해요?

 

수영이라도 하면 안 돼요?

 

캐롤 삼촌이랑 미키가
올 때까지 기다리렴

 

캐롤 삼촌도
같이 수영하고 싶을 거야

 

- 잘 있었어?
- 어서 와

 

도착했네

 

끝내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분위기야

 

안녕하세요
필립 맞아요?

 

네, 도나죠?

 

맞아요
이쪽은 우리 오빠 스킵이에요

 

세상에, 저 남자
엄청 잘생겼다

 

찾아오기 힘들진 않았어요?

 

전혀요
도나가 길 안내를 잘해 줘서요

 

들어와서 다들 인사해요

 

여러분

 

들어오세요

 

이쪽은 오빠 짐 주니어
다들 짐보라고 해요

 

올케 비키

 

제 남편 닐
딸 어텀과 에이프릴이에요

 

짐보 오빠 아들 앨런이
어디 있을 텐데…

 

제 아들이기도 하죠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이니까요

 

이제 제 차례군요

 

전 필립입니다, 아버지 킹슬리
여동생 카밀라고요

 

아빠는 어디 가셨어?

 

우리 아빠,
짐 시니어세요

 

아빠, 이쪽은 킹슬리…
그러니까 베드포드 씨예요

 

- 안녕하십니까, 콜드웰 씨
- 그럭저럭 지내오

 

거…

 

집이 참 멋지네요

 

저기들 오네
캐롤 오빠하고 오빠 아들 미키예요

 

- 안녕하시오
- 반갑습니다

 

신문 1면에 네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더구나

 

- 필립이죠?
- 네, 도나 남편 닐이시죠?

 

닐 배런이오
도나 남편 맞아요

 

도나는 콜드웰 부부의 딸이죠

 

베드포드 부인이라고
해야 하려나…

 

정말 안타깝게 됐소이다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

 

내가 알기론
영국보다는 나을 거요

 

농담이에요, 농담!

 

근데 영국은 정말
살 데가 못 되더구먼

 

사업차 한 번 갔었죠
그런 데서 어떻게 사는지 몰라요

 

식사 한 번을
제대로 못 했어요

 

영국은 구이 요리를
할 줄 모르나 봐요

 

전부 데친 음식이더군요
차갑고 냄새도 퀴퀴하더라고요

 

초코바도 끓여 먹을 기세야

 

아무튼 그쪽 나라
흉보려는 건 아니에요

 

충분히 이해해요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 있죠

 

내가 차라리
웨스트버지니아에 살고 말지

 

대화 즐거웠습니다
전 마실 것 좀 가지러 가려고요

 

좋죠! 칵테일을 마십시다

 

난 자동차 판매 사업을 해요
애틀랜틱 근교에 부지가 6곳 있죠

 

신차, 중고차 둘 다 취급해요
나에 대해 뭐라고들 소개합디까?

 

아무 얘기도 못 들었어요
좋은 일을 하시네요

 

풋볼 선수이기도 해요, 수비수죠
라이언즈에서 여섯 시즌 뛰었어요

 

볼티모어에 차출됐다가 라이언즈로
트레이드되면서 실력 발휘를 했죠

 

두 차례 심한 무릎 부상을 입어서
이 꼴이 됐지만요

 

나중에 수술 자국 보여 줄게요
아주 끔찍해요

 

닐, 필립 좀 그만 괴롭혀

 

도나는 젊었을 때
미스 앨라배마였어요

 

그때 얼마나 예뻤는지
필립도 봤어야 하는데

 

괜찮으세요?

 

아이가 생기면서
고생을 많이 했죠

 

내가 한참 어린 도나를 낚아채서
결혼하자마자 임신시켰어요

 

- 엄마가 되면서 할 일이 생겼죠
- 좋은 분이세요

 

그래요, 괜찮은 여자죠
가끔은요

 

장례식 후에 난 딸들하고 떠나고
도나는 여기 며칠 더 머물 거예요

 

애틀랜틱 풋볼 팀이
일요일에 프리시즌 경기를 하는데

 

내가 선수 출신이라 인맥이 있어서
좋은 자리를 확보해 놨죠

 

같이 갈래요?
40야드 정중앙 좌석이에요

 

미식축구는 잘 몰라서요
말씀은 감사합니다

 

아, 그렇지
영국에선 축구라고 부르죠

 

반바지 입고하는 축구 말고
진짜 풋볼 경기를 봐야 해요

 

구이 요리를 아주 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발은 왜 그래요?

 

- 발이요?
- 지팡이를 짚고 있잖소

 

세계대전 때 프랑스에서
부상을 입은 뒤로

 

이 녀석이
평생의 동반자가 됐죠

 

프랑스에서 군인을
여럿 치료했소

 

어떤 이들에게는 술을 주고
기도해 줄 수밖에 없었죠

 

퍼싱 미사일 아래서 싸우며
위생병으로 복무했어요

 

- 가족들이 전부 군인이셨다죠
- 맞아요

 

- 할아버지, 수영해도 돼요?
- 뭘 한다고?

 

- 수영해도 돼요?
- 그래, 반쯤 벗고 나오지만 마라

 

옥수수 먹으면서 뭐 해요?

 

스킵이에요
좀 전에 현관에서 봤죠?

 

기억해요

 

- 난 비행기가 세 대 있어요
- 그래요?

 

GTO랑 콜벳, 셰빌이요

 

영국인들 중에는 폐암 환자와
담낭 안 좋은 사람이 많다면서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이시군요

 

난 끊임없이
사유하는 사람이에요

 

아주 재밌네요

 

내 차 보러 갈래요?

 

그러죠

 

정말 멋져요

 

제길, 내 창고에 누가 있어요

 

음악 소리가 들려요
누가 있는 거예요

 

둘이 뭐 피고 있어?
약이라도 하는 거야?

 

죄송해요, 삼촌

 

어지르지 않고 나갈게요

 

괜찮아, 재밌게들 놀아
짐보나 아빠만 모르게 해

 

- 알겠니?
- 알겠어요

 

- 음악 소리 좀 낮추지 그래?
- 네, 소리 줄일게요

 

할아버지한테 걸리면
우리 진짜 끝장이야

 

정말 죽을지 몰라

 

짐보 삼촌이랑 할아버지는
너무 꼬장꼬장하셔

 

할아버지가 활기 넘치실 때는

 

교통사고 현장이나
익사 사고 현장에 계실 때뿐이야

 

진짜 괴기스럽지 않냐?

 

플로이드 카버 총기 사건 때

 

할아버지가 나 데리고
구경 갔었잖아

 

기억나
그때 그 남자 죽었었지

 

그때 죽은 사람 내장이고 뭐고
다 봤다니까

 

아빠는 할아버지도 약 좀 하시면서
긴장을 풀어야 한대

 

할아버지는 약이
어떤 건지도 모르시지

 

할아버지가 약에 취한 모습이
상상이나 돼?

 

진짜 웃긴다

 

지금 나한테 좀 있는데
너도 해 볼래?

 

그래

 

좋지

 

다 왔어요

 

자동차 광을 위한 전시회
개막식에 온 기분이에요

 

자동차 광이라…
듣기 좋은데요

 

사실 당신이 하는 말은
전부 듣기 좋아요

 

나도 영국인처럼
말하고 싶어요

 

이건 내가 전쟁 당시 조종했던
미 해군의 ‘와일드 캣’이에요

 

차종은 GTO
별명은 염소죠

 

왜 자동차를
비행기에 비교해요?

 

난 주 전역에서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상상을 하거든요

 

아무튼 ‘와일드 캣’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내가 참전한 태평양 전쟁에서
최초로 사용된 전투기란 거죠

 

이쪽으로 와서
다음 차를 봐요

 

- 어머, 멋져라
- 그렇죠?

 

마녀 ‘헬캣’이에요
차종은 셰빌이죠

 

셰빌은 GTO보다 좀 빠르고
핸들도 더 좋아요

 

마지막으로 이 차를 소개하죠

 

- 정말 마음에 들어요
- 물건이죠

 

- 속도가 빠른가요?
- 네, 전부 다 빨라요

 

이름은 ‘해적선’이에요
압축비가 11:1이죠

 

- 앉지 마요
- 미안해요

 

괜찮아요

 

아무튼 설명을 계속하자면
콜벳은 압축비가 11:1이에요

 

- 끝내주지 않아요?
- 정말 그러네요

 

아름다운 자동차죠
내가 정말 아끼는 물건이에요

 

보닛이 얼마나 길고 좋은지 봐요
꽁지보다 훨씬 길어요

 

‘해적선’은 조종석에서
프로펠러까지 길이가 4m가 넘어요

 

- 봐 봐요
- 그러네요

 

자동차 얘기를 할 때
꼭 어린아이 같은 거 알아요?

 

무슨 말이에요?
애들은 이걸 못 몰아요

 

이걸 운전할 개자식은 없어요
까딱하면 실수한다고요

 

나 때문에 기분 상했어요?

 

- 전부 훌륭한 자동차예요
- 그러네요

 

엄마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요

 

새어머니는…

 

정말 별난 분이셨어요

 

왜 우리에게
아프다고 하지 않으셨을까요?

 

걱정시키고 싶지 않으셨던 거죠

 

스킵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당신 말투가 참 예뻐요

 

하루 종일 들어도 좋겠어요

 

조카들하고 한 대 피러 갈 건데
같이 갈래요?

 

좋아요, 고마워요

 

잘 못 드시던데
아빠 음식이 별로예요?

 

아뇨, 그런 게 아니에요

 

아버님 솜씨는 좋으신데
제가 담백한 음식밖에 못 먹어서요

 

왜요?

 

전쟁 당시에
일본군 포로였거든요

 

일본식 요리에
많이 길들여져서 그래요

 

아직 후유증이 남아있나 봐요

 

- 의도치 않게 캐물어서 미안해요
-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오빠들도 전부 군인이었죠
캐롤 오빠는 해병대 위생병으로

 

스킵 오빠는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두 사람은 훈장도 받았어요

 

짐보 오빠는 육군이었는데
군대 얘기는 잘 안 해요

 

포트 포크에서 세탁 일을 했죠

 

애들처럼 다른 오빠들이
훈장 받은 걸 시기해요

 

같은 군인 출신이시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는데

 

저희도 수도 없이 말해줬죠
씨알도 안 먹혀요

 

그래도 아빠한테는
깜빡 죽어요

 

가족과의 관계가 힘들죠

 

그러니까요

 

결혼하셨어요?

 

이혼했어요

 

- 애들은요?
- 없어요

 

도나가 성가시게해요, 필립?

 

아니에요

 

닐, 맥주 좀 갖다 줘

 

당신은 다리 없어?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콜드웰 씨

 

바비큐가 일품이었어요

 

그럼 내일 보십시다

 

자기, 카밀라
이리 와요

 

이쪽으로

 

당신 엄청 취했군요

 

내가 생각해 봤는데
당신한테 제안할 게 있어요

 

당신 영국식 억양에는
뭔가 있어요

 

매력 있어

 

아직은 서로 잘 모르니까…

 

분명 당신은
나랑 자기 싫을 테지만

 

언제 한번 둘 다
홀딱 벗고 만나요

 

당신이 옷을 벗고…

 

영국식 억양으로
뭐든 소리 내서 읽어주면

 

당신 앞에서
난 자위할게요

 

그게 무슨 뜻이죠?

 

그거 있잖아요

 

혼자 하는 손장난이요?

 

그래요, 바로 그런 거라니까
영국인들 말투요

 

그것만 들으면
몸이 달아올라요

 

표현도 참…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요?

 

무슨 소리!
난 집중력이 뛰어날 뿐이에요

 

- 생각해 봐요
- 알았어요

 

잘 있어요

 

생각해 봐요

 

- 왔니?
- 아빠

 

버틸 만하세요?

 

아직까진 괜찮다

 

- 그래요…
- 그래

 

- 생각만으로도 힘드시죠?
- 뭐?

 

내일 괜찮으시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장례식이요

 

아, 그래

 

불쌍한 나오미…

 

정말 안됐어

 

아빠 진심이시군요

 

그래, 난 나가봐야겠다

 

도로에서 큰 사고가 났어

 

- 나중에 보자
- 알았어요, 아빠

 

“빈 방 없음”

 

들어가거라

 

콜드웰 씨

 

오셨어요?

 

나오미

 

이번에는 용서할게

 

잘 가

 

형 차례야

 

엄마?

 

아빠?

 

- 아빠
- 괜찮아

 

이제 아빠 옆으로 가

 

괜찮아, 스킵

 

- 아버지
- 아버지!

 

아버지?
의사를 불러야 해요

 

전화기 어딨어요?

 

물 좀 가져와요

 

누가 같이 가 줘야지
낯선 동네라 아는 사람도 없잖아

 

도나, 우린 교회에 돌아가야 해
엄마 장례식이잖니

 

도나 말이 맞아요
누가 병원에 같이 가줘야죠

 

괜찮으셔야 할 텐데…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떡해?

 

고마워

 

골절에 머리카락까지…
이렇게 치열한 게임은 처음이네

 

저 인간은 끝까지
내 신경을 건들 셈이야

 

1초 남기고 1점차로 이기다가
어떻게 됐게요?

 

- 글쎄요
- 엑스트라 포인트를 놓쳤어요!

 

여보, 어머님은
잘 묻어 드리고 왔어?

 

다른 음식 좀 먹으러가야겠어
이건 진짜 별로야

 

- 아버님은 어떠세요?
- 괜찮으세요, 고마워요

 

3년 전에 심장 마비를 일으키셔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의사 말로는 그냥 기절하신거래요
스트레스로 탈진하셨다고요

 

지금은 쉬고 계세요
카밀라가 곁에 있어요

 

- 다행이네요
- 얼마나 입원하셔야 한답니까?

 

퇴원은 금방 해도 된다는데

 

장거리 여행은 이틀쯤 미루라기에
내일 출발하지 못하게 됐어요

 

환자를 모텔에 모실 순 없죠
애초에 거기 묵는 게 아니었어요

 

파인스 모텔은 젊은 애들이나
시시덕대러 가는 곳이라고요

 

우리 아빠 집에 와 계세요

 

정말 감사합니다만
그럴 순 없어요

 

와계셔도 돼요

 

좋은 생각이네요
아빠도 원하실 거예요

 

얘들아, 우린 볼일 보러 가자

 

정말 고맙습니다

 

- 그럼 잘 있어요
- 운전 조심하고 도착하면 전화해

 

닐, 정신 차리고 운전해

 

잘 가렴, 얘들아

 

맥주 하나 건네줘

 

- 고모
- 그래

 

- 오늘 밤에 코넬네 밴드가 연주해요
- 그래?

 

네, 메일 달러 상점 주차장에서요

 

제가 음향과 조명 담당이에요
고모도 오세요

 

- 알았어
- 오실 거예요?

 

- 이따 거기서 보자
- 공연장에서 봬요

 

춤추고 싶어요
같이 춤추러 가요

 

아버지 곁에 있어야 해요

 

긴장 좀 풀어요
아버지 돌볼 사람은 집에 많아요

 

- 난 춤을 잘 못 춰요
- 나한테 배우면 출 수 있어요

 

아빠, 바깥 상황은 어때요?

 

섬뜩한 차 사고나
자살 사건이라도 있어요?

 

- 아무 일 없는 것 같다
- 아쉽네요

 

뭐 하나 여쭤볼게요

 

어쩜 그렇게 냉정하세요?

 

아버지 마음은 정말 어둡고
차가운 거예요?

 

엄마 장례식 날에
아들을 안아 주지도 못해요?

 

취했구나, 집에 가라

 

그러죠
아, 참!

 

하나 더 물을게요

 

제가 사이판에서 부상당해서
3달간 입원했던 거 기억하세요?

 

기억나고말고

 

병원에 있을 때
아빠한테 편지 썼었어요

 

아빠가 얼마나 소중한 분인지
제 마음을 다 적어서 보냈죠

 

아빠가 위생병으로 복무하셔서
저도 위생병으로 지원한 거예요

 

총 맞는 것도 두렵지 않았어요

 

아빠가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줄 알았거든요

 

전 아빠를 가장 우러러봤어요
루스벨트 대통령보다 도요

 

근데 아빠는 답장도 안 하셨죠
편지 얘기를 꺼내신 적도 없고요

 

그런 편지는 못 받았다

 

거짓말이잖아요

 

아빠가 편지 읽으시는걸
도나가 봤다고 했어요

 

도나가 착각했겠지

 

배달 중에 편지가 유실된 거야

 

난 아빠 키가
2m도 넘는 줄 알았어요

 

어린 시절 내내
아빠처럼 되려고 노력했죠

 

아빠처럼 안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래

 

천만다행이구나

 

“야들리 버튼 밴드”

 

그가 말했다, ‘빛의 군대여
진군하라! 장전하라!’

 

6백 명이 죽음의 계곡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앞과 양옆에 놓인
대포가 일제히 날아갔다

 

총알과 포탄이
쏟아져 나와…

 

긴장이 풀린
필립을 보니 좋네요

 

저도 사실 즐거웠어요

 

카자흐스탄인과 러시아인들은

 

기병대가 달려오자
모두 흩어져 버렸고…

 

그들은 돌아왔지만
6백 명 전부는 아니었다

 

“지옥행 핫로드 자동차”

 

할 말이 있어,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우리 할머니한테는 더더욱

 

알았어

 

문제가 생겼어

 

- 무슨 일인데?
- 정말 심각한 일이야

 

알았어

 

오늘 이 편지를 받았어
너도 봐야 할 것 같았어

 

이런, 젠장

 

어떡할 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들어와요

 

콜드웰 씨

 

몸은 어떠신가 하고 와봤소

 

많이 나아졌어요
고맙습니다

 

잘됐군요
반가운 소리네요

 

편히 쉬어요

 

쉬십시오, 콜드웰 씨

 

물어볼 게 있어요

 

 

나오미와 어떻게 만났어요?

 

그게…

 

어느 날 아침, 하이드 공원에
산책을 나갔었어요

 

강아지 몰리를 데리고요

 

보더테리어인데
아주 멋진 녀석이었어요

 

한 해 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였죠

 

몰리 녀석이
항상 내 곁을 지켰어요

 

녀석 덕분에 기운을 차렸죠

 

난 한 여인을 보게 됐어요

 

세인트 조지 동상 옆에
매력적인 여인이 서 있더군요

 

그 여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죠
관광객이 틀림없었어요

 

그런데 여인이 날 보더니

 

매력적인 미국 남부 억양으로
이렇게 물었어요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냐고요

 

물론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죠

 

난 카메라를 받고 사진을 찍으면서
웃으며 동상 앞에 서있었어요

 

여인에게 카메라를 돌려주고
각자 갈 길을 가겠거니 했는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나오미가 돌발 행동을 했거든요

 

동상의 말 위에 올라타더라고요
세인트 조지 뒤에요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원숭이처럼 재빨랐어요

 

나오미답네요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사진을 제대로
찍기도 힘들었어요

 

아무튼…

 

나오미와 난
그렇게 만났어요

 

항상 궁금했어요

 

늘 궁금했죠

 

아들, 뭐 해?

 

나가서 한 대 피려고요
아빠는요?

 

시리얼 먹지

 

일찍 일어났네

 

그게 아니라
계속 깨어있었어요

 

어째서?

 

코넬하고 밤새
얘기하느라고요

 

코넬이 징집됐어요

 

제기랄

 

- 도로시는 아직 모르고?
- 네, 아직 말씀 안 드렸대요

 

이를 어쩌나

 

손자를 목숨처럼 아끼시는데

 

정말 이상해요, 아빠

 

어떻게 정부 마음대로
이런 일을 결정할 수 있죠?

 

코넬은 캘리포니아에 가서
음악계에 입문하려고 했어요

 

- 근데 다 끝났네요
- 그래, 이건 잘못된 일이야

 

그래서 너보고
대학에 가라는 거다

 

내가 전쟁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지

 

코넬 같은 청년들은 꿈이 있어
자기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그래도 군인이 되면
좋은 점도 있겠죠

 

아니,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저길 봐

 

우리가 먼저 간다

 

아무도 교회에 안 가는데
우린 왜 가야 해요?

 

우린 주님을 사랑하니까
항상 교회에 가야 해

 

- 어제도 갔잖아요
-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어제는 장례식에 참석한 거지

 

안녕!

 

좋은 아침이에요

 

- 카밀라
- 차 안에서 뭐 해요?

 

그냥 뭐 좀 만지느라고요
여긴 무슨 일이에요?

 

- 덥네요
- 그렇죠

 

무지 더워요

 

스킵은 언제 홀딱 벗고
미국 발음으로 책 읽어줄 거예요?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안 돼요

 

- 저기…
- 왜요?

 

말해요

 

타요

 

킹슬리

 

제인 맨스필드라고 들어 봤소?

 

제인 맨스필드?

 

금발 영화배우 말이에요?
그…

 

가슴 큰 여자, 맞아요

 

몇 년 전에 루이지애나에서
차 사고로 죽었는데

 

내 친구가 신고했죠

 

당시 그 배우가 타고 있던 차가
할인 전문점에 전시돼 있어요

 

관람권을 사야 볼 수 있는데
그 좋은 구경거리를 여태 깜빡했소

 

나랑 같이 구경 갑시다

 

어서요, 갑시다

 

그럽시다

 

괴상한 전시회로군

 

여기 참 좋죠?
난 생각하러 이곳에 와요

 

패티 오버턴을 태우고
종종 놀러오곤 했었는데

 

그땐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죠

 

패티는 원시 침례교 목사와
결혼했어요

 

패티는 언청이였어요
가슴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았죠

 

하지만 엉덩이는 끝내줬어요
항상 황홀감을 맛보게 해 줬죠

 

사랑스러운 여자였나 봐요

 

이만하면 됐어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난 테네시 윌리엄스 정도
들으면 좋겠는데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알아요?

 

들려요?

 

아뇨

 

새소리 말이에요?

 

적막이 가득 찼어요

 

난 적막함에
익숙해지기 힘들었죠

 

지금도 가끔은 괴로워요

 

평화로운 호수에 토네이도가
몰아쳐 부유하는 기분이랄까

 

난 처참한 잔해를
보고 싶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하는 생각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죽은 사람들의 초점 없는 눈동자를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하늘을 날고 싶었죠

 

어릴 때 책에서 읽었어요

 

달이 뜬 하늘을 나는 사람 얘기요
난 그게 꼭 보고 싶었죠

 

그래서 난
1940년에 입대했어요

 

그때는 전쟁 중이 아니었죠

 

난 고요한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됐죠

 

하지만 비행은
내 상상과 달랐어요

 

실제로 하늘 높이 오르니

 

소음이 가득했고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도 명령이 떨어지면
비행을 할 수밖에 없었죠

 

내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비행할 때는
세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고

 

한편으로는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이거였어요

 

머릿속을 비우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자 싶었던 거죠

 

사람들은 그래요

 

전쟁 얘기를 하기 싫어하는 건
끔찍한 기억 때문이라고요

 

난 그 말 안 믿어요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아 하니
전쟁 얘길 안 하는 거죠

 

전쟁 초기에는
일본군 조종사들 실력이 좋았어요

 

사실 나중에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우리보다도 나았죠

 

난 그날 실수를 했어요

 

하늘이 참 맑았어요
그가 내 뒤로 따라오더니…

 

저 뒤에서 내 몸을…
여기를 총으로 쏜 거예요

 

총 맞은 게 실감이 안 났어요

 

그러면서도
올 것이 왔구나 싶었죠

 

아무튼 난…

 

비행기에서 탈출했어요

 

두려워서 내리고 싶지 않았지만

 

항상 공중에서 타 죽기는
싫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알아요?

 

글쎄요

 

난 미국 해병대 부대
한가운데 착지했어요

 

그대로 기절해버렸죠

 

오른쪽 다리와 쇄골,
갈비뼈 몇 대

 

골반과 양손이 부러졌었어요

 

사실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1942년 11월 12일, 과달카날

 

난 병원에서 깨어났어요

 

양손과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더군요

 

만신창이였어요

 

병원 관계자가 말하길…

 

거의 타 죽을 뻔했다더군요

 

젖은 담요 같은 걸 들고
내게 다가오는 남자를 봤어요

 

그걸 내 머리에 던지기에
날 죽이려는 줄 알았죠

 

근데 그 사람이
내 얼굴을 구해 준 거예요

 

짐보는 쓸데없는 일이었다고
말하긴 했지만요

 

난 그렇게 살아 나왔어요

 

캐롤이 병원에
몇 번 찾아왔었죠

 

정말 고마웠어요

 

난 그렇게 전쟁을 끝냈어요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겉가죽을 벗어버릴 순 없어요

 

군인은 최소한 5명을 죽여야
에이스가 되는데…

 

난 6명을 죽였죠

 

난 진짜 에이스예요

 

스킵

 

난… 아직 흥분을
못 느꼈어요

 

가요, 아는 데가 있어요

 

“제인 맨스필드가 죽은 자동차,
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남자 친구와 운전기사까지
한밤중에 루이지애나에서 죽었죠

 

아이는 뒷좌석에 있었고
거의 다치지도 않았어요

 

강아지 한 마리는
처참하게 죽어 있었죠

 

기억나네요

 

유명 인사나 부자들이 죽는 일은
항상 충격적이죠

 

그들도 똑같은 인간인데
대중에게는 괜히 특별해 보여요

 

꼼짝 않고 살면 많은 사람이
오래 오래 살겠죠

 

교통사고로 많이들 죽잖아요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니 끔찍해요

 

난 밤 10시에 화장실 휴지를
가지러 나온 참이었는데

 

그때 눈 감았다면

 

향기 나는 잎으로
뒤를 닦을 걸 후회하겠죠

 

저도 요즘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해 보는데

 

아무 생각도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채로 갔으면 좋겠네요

 

- 대신 꿈은 꾸면서요
- 네

 

좋은 꿈이면 좋겠어요

 

3장 줘요

 

그래, 그렇지

 

비켜 봐라
자세히 좀 보자꾸나

 

그렇군

 

당시에 이 차가 늪지대에서
도로를 질러가려는데

 

방제 트럭이 지나가면서
살충제를 뿌렸어요

 

구름 위에 떠다니는 것처럼
뿌옇게 안개가 꼈죠

 

안개 속으로 들어가자
견인차가 속도를 줄였지만

 

제인 맨스필드의 차가 미끄러져서
그 밑에 깔려버렸어요

 

그 여자가
그렇게 기록해놨더군요

 

그 사람은 머리가 잘렸죠?

 

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
사실 윗부분만 잘려나갔어요

 

뭔가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냅니까?

 

짐, 요즘 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어요

 

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면서
평생을 보내왔어요

 

- 진짜 그 여자 머리 아니에요
-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으냐?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이 차도 가짜일지 모른대요

 

나 성가시게 하지 말고
다른 데 가서 놀 순 없냐?

 

그거였어

 

- 트럭에 가 있을게요
- 그래

 

다 봤소?

 

얼추 다 본 것 같군

 

죽은 사람의 눈동자는
플라스틱 인형과 다를 게 없어

 

전쟁터에서 수없이 봤지
킹슬리도 봐서 알겠지만요

 

그렇죠

 

우리 모두 언젠가는
사고를 당하게 돼 있어요

 

그래요, 들었냐?

 

난 항상 어지러워진 상황을
정리하려고 노력해요

 

완벽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에요

 

모든 게 엉망이 돼 버리죠
엉망진창이 돼요

 

킹슬리

 

난 아들들을 사랑하지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짐보는 좋은 놈이에요
전쟁터는 구경도 못해 봤죠

 

나머지 두 놈은
전쟁에서 영웅처럼 싸웠지만

 

지금은 부랑자와 다를 바 없어요

 

당신 생각은
정반대일 수 있겠죠

 

나도 아들놈 필립에게
좀 실망한 게 사실이에요

 

시대가 변하고 있어요

 

훌륭한 인생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죠

 

가끔은 이런 꼴 보지 않게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어머나, 두 분이 꼭
오래 전에 헤어진 친구 같아요

 

나도 놀랐어요

 

앉읍시다

 

- 폭풍우가 심하네요
- 기대고 쉬어요

 

두 분을 봐요
우리가 교회 간 사이에 뭘 하셨지?

 

그러게

 

바람 좀 쐬고 올게요

 

- 올케 왔어요?
- 같이 걸읍시다

 

이봐요, 내 여동생 옆에
가까이 가지 마요

 

-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 아니, 오해 마요

 

당신한테 화난 게 아니에요

 

난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화를 내거든요

 

다 당신 위해서 하는 말이에요
도나하고 어울리지 마쇼

 

전기 나갔어요!

 

내 말 들어요

 

도나가 가끔
괜찮을 때도 있지만

 

결국 당신을 나락으로
끌고 내려갈 거요

 

닐도 예전에는 근육질에 날씬하고
겸손한 사내였어요

 

근데 지금은 입만 나불대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죠

 

몸은 또 어찌나 불었는지
당신도 보면 알겠지만

 

앞에 있는 건 다 먹어치우고
하루에 맥주 두 상자를 마셔요

 

돈이란 돈은 다 뺏기고
노예처럼 살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도나를 멀리 해요

 

도나는 힘든 여자예요
2주 된 새끼 고양이처럼 앵앵대죠

 

조카딸들도
매제 자식이 아닐지 몰라요

 

히피, 게으른 약쟁이들은
자유연애를 추구하죠

 

우리와 함께 싸우다
영예롭게 죽어간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에요

 

그들이 지금 상황을 보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걸요

 

이런 망신이 없어요

 

우리 청년들이
정글에서 싸울 때

 

히피들은 노래하고
국기에 오줌을 쌌죠

 

공산주의 물결이
밀려온다는 걸 모르는 건가

 

우리가 지금 막지 않으면
동남아시아처럼 공산국가가 돼요

 

내가 캐롤한테 하는 말이
바로 그거요

 

베트남전은
민족주의에서 비롯됐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은 겁니다

 

우린 타국을 지배하려는 게 아니라
자유를 찾아주려는 거요

 

총을 겨누면서요?

 

- 폭력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지
- 맞아요

 

난 열일곱에 전쟁에 나갔소

 

캐롤과 스킵은 진주만 공습 후에
전쟁에 나가야 했지

 

이제 곧…
손자 앨런의 차례가 올 거요

 

앨런은 여기 남아서
일을 물려받을 준비를 해야 해요

 

그럴 시간은 충분하다

 

앨런도 훈장이나 잔뜩 받고
돌아오거나 전사하길 바라세요?

 

둘 다일지 모르죠

 

난 딸만 낳아서 다행이네

 

그만 드셔야 하지 않겠어요?

 

퇴원하신지 하루밖에
안 됐잖아요

 

몇 안 남은 내 인생의 낙인데
너야말로 그런 말은 그만해라

 

그 짓도 이제 그만둬

 

군사 전문가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지 말란 말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직 군인이니 어느 정도는 압니다

 

그래, 내가 깜빡했구나!

 

넌 싱가포르 전투에서
영예롭게 싸웠지!

 

일본 놈들이 바다에
어마어마한 대포를 쏴 대고는

 

정글을 지나 뒤에서 기습했지

 

우리 병력의 1/3인 일본군에게
우린 항복했고

 

영국 역사상 가장 영예로운 패배에
필립도 한몫 거들었지요

 

전술이 실패한 건 사실이죠

 

그래, 겁쟁이 퍼시벌은
군사 재판에 세워 총살해야 해

 

퍼시벌 장군은 용감한 분이었어요
상황이 절망적이었던 거죠

 

아무튼 넌 전쟁 내내
포로 신세였어

 

군인이 아니라
일본의 노예나 다름없었지

 

대다수가 살아남지 못했지만
전 살아남았어요

 

그 점은 인정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찮은 동물들도
살고자 하는 의지는 대단하다

 

그건 곤충에게도 있는 본능이야

 

전 항복 명령을 받고
항복한 겁니다

 

정글로 도망쳐서
게릴라 군이 돼 싸울 수도 있었어!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기가 막히는구나

 

어떻게 아비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냐?

 

그럼 아버지는 어쩜 그렇게 취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시죠?

 

사실을 인정해라, 필립

 

넌 매사에 전쟁 탓만 하면서
허송세월하고 있잖냐!

 

노망나셨네요
저는 그런 적 없어요!

 

넌 환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거야, 필립!

 

환상의 세계라니…

 

아버지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노망난 노인네예요

 

일본군한테 머리를
많이 걷어차였나 보구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결례가 많았습니다

 

괜찮소
난 한창 때 유리창도 깨부쉈지

 

꼿꼿하던 양반이
왜 저런대?

 

스킵, 어쩐 일이냐?

 

아빠 보러 왔어요

 

웃옷 입어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자라

 

저 어릴 때 기억하세요?

 

당연하지
너도 어릴 때가 있었는데

 

아주 어렸을 때도
기억하신다고요?

 

그렇다니까
넌 내 자식 아니냐

 

스킵, 이제 가거라
아비 서류 처리할 게 있다

 

아이스크림 먹고 가서 자

 

저 어릴 때 있었던 일
기억하고 계세요?

 

아무거나요
저랑 나눈 대화든 뭐든지요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어릴 때 있었던
소소한 일화 같은 거요

 

엄마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
한두 개 해 주셨거든요

 

뭐라고 하더냐?

 

그냥…

 

엄마 사촌 얘기였어요
닭에 모이 주고 씻길 때

 

하도 말썽을 피워서
나무에 묶어 놨었다고요

 

- 그를 ‘프레셔스’라고 불렀대요
- 그래, 그랬구나

 

전기 들어왔네

 

웃옷 입고
가서 다른 일 봐라

 

- 가 봐
- 알겠어요

 

소리 좀 줄여!

 

도나

 

- 셔츠 입었어요
- 아무렴 그랬겠지

 

난 틀림없이
특별한 아이였을 거예요

 

- 무슨 생각해요?
- 글쎄요

 

앞일을 막을 방법은 없어요
사는 게 즐겁지 않아요?

 

그럼요, 즐겁고말고요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요?

 

영국인처럼
까칠하게 굴지 마요

 

별로였다고 하면 안 되죠

 

알아요, 그럼요

 

이상하게 굴지 마요

 

나쁜 생각하고 있는 거죠?

 

이상하게 굴면서
이유는 말하지 않겠다니 너무해요

 

말해요

 

- 너무 피곤해서 그래요
- 둘러대지 말고 말해요

 

어서요

 

좋아요

 

아버지가 전쟁 관련해서
하신 말씀 때문이에요

 

난 포로였고 노예였지만
분명 군인이었어요

 

세상에…

 

여태 그 생각 한 거예요?

 

나나 지금 이 순간은
안중에도 없었어요?

 

우리 관계는요?

 

당신이 물었잖아요

 

전쟁은 끝났어요

 

아빠들은 원래
호통치고 그래요

 

오늘 밤은 나만 생각해 줘요

 

미안하지만
당신이 궁금해했잖아요

 

어차피 당신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필립!

 

그런 말 마요
나도 바보 아니에요

 

정말 전쟁 내내 싸우지 않고
포로로 붙잡혀 있었어요?

 

싸움의 정의에 따라서
대답은 달라지죠

 

적군에 맞서서 참호에 숨어
총질하는 거라면 글쎄요

 

아님 매순간 겁에 질려

 

비참하게 땅바닥을 기면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냐는 건가요?

 

그렇담 나도
치열하게 싸웠죠

 

어디 가요?

 

담배 피려고요

 

폭풍우가 금방 지나갔네요

 

늘 그렇죠

 

지금쯤 옆 주로
옮겨 갔을 거예요

 

- 우리 아버지는 괴물이에요
- 우리 아빠도요

 

- TV 많이 봐요?
- 아뇨

 

- 아빠
- 도나

 

베드포드 씨와
사냥하러 가신다면서요?

 

그래, ‘텐 마일 크리크’로
가련다

 

사냥철도 아니잖아요

 

내 터에는
항상 사냥감이 넘치지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무슨 소리냐?

 

베드포드 씨한테
잘 대해주시잖아요

 

20년 동안은
그 사람을 미워했지

 

내 인생을 망쳤다고 원망했어

 

그런데요?

 

토요일 장례식 날 그 사람이
들것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니

 

‘먼 타국까지 와서
낯선 곳에서 고생한다’ 싶었지

 

아내를 잃은 남자잖냐
따라 죽고 싶은 심정이었겠지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쁜 놈, 너도 참 안됐다’
더는 화가 나지 않더구나

 

- 그게 뭐예요?
- 아이스티란다

 

할아버지 드릴거야
베드포드 씨하고 사냥 나가신대

 

베드포드 씨께 드릴
따뜻한 차도 만들었어

 

- 차 좀 들겠어요?
- 아직은 괜찮아요

 

여기서 남북 전쟁이 일어났죠

 

조금만 가면
‘텐 마일 크릭’ 전쟁터가 나와요

 

- 그래요?
- 네

 

북군이 고지대에서 급습해서

 

우리 남부 연합군이
전멸했어요

 

개는 놔두고 오셨군요

 

사냥개는 필요 없어요

 

- 아빠!
- 왜? 아빠 명상 중이야

 

앨런이 어젯밤부터 약을 하다가

 

아침에 할아버지 아이스티에
약을 탔어요

 

앨런이 뭐 하러?

 

아빠가 좋은 생각이랬다고
내가 말해줬거든요

 

젠장

 

사냥 일화 중에
아주 재미난 게 있어요

 

잠깐

 

잠깐만
대체 무슨 일이지?

 

무슨 소리요?

 

세상이 빙빙 돌아요

 

흔들흔들해
그런 느낌 안 들어요?

 

짐, 괜찮아요?

 

전부 다 변하고 있어요

 

땅도 나무도 전부 다!

 

하늘에… 경계가 생겼어

 

나뭇잎이 춤을 춰

 

균형을 못 잡겠네

 

말해 줘요

 

저기 잎을 흔들면서
나무가 행진하는 모습이 보여요?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군

 

이만 집으로 돌아가죠

 

그래요
아니, 싫어

 

집에 가요
내가 일으켜 줄게요

 

웃기지 마!
그러려면 먼저 날 죽여야 할 걸

 

넌 어쩌다
우리 진영까지 밀려났지?

 

저 장막 뒤에
우리 부대원들이 있어

 

이 재수 없는 독일 놈!
총 버려!

 

정신 나갔어요?

 

난 독일군이 아니에요

 

킹슬리요

 

독일군 짐 킹슬리
가명 한번 좋군

 

그렇게 여기
숨어 들어온 거냐?

 

네 명령이나 들어 보자

 

1916년 세계선수권에서
누가 이겼지?

 

-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 보스턴 레드 삭스가 이겼지

 

총 버리고
두 손 머리 위에 올려!

 

어서!
두 손 머리 위!

 

알았어요

 

짐, 진정해요

 

날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냐?

 

입 벌려!

 

난 영국인이에요
우린 같은 편이었어요

 

지금은 전시가 아니라
1969년이에요

 

짐, 제발 총 내려놔요

 

아빠는 아직 안 오셨어?

 

베드포드 씨랑 사냥 가셨는데
무슨 일이야?

 

앨런이 아빠 아이스티에
환각제를 탔어

 

- 뭘 어쨌다고?
- 그건 또 어디서 났대요?

 

- 어디로 간다고 하셨어?
- ‘텐 마일 크릭’으로 가신댔어

 

알았어, 가자
트럭에 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짐!

 

 

아빠! 아빠!

 

- 아빠!
- 아빠!

 

아빠!

 

- 아빠!
- 아빠!

 

아버지!

 

전부 조용해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참나

 

아빠!

 

좋아, 형은 이쪽으로
필립은 저쪽으로 가요

 

아빠!

 

도나, 넌 냉큼 나 따라와

 

아름다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

 

트럭으로 돌아가야 해요

 

아버지!

 

필립

 

찾았어요!

 

이봐! 들어와!

 

킹맨!
삐쩍 마른 몸 좀 담가 봐

 

- 괜찮으세요?
- 그래, 난 멀쩡해

 

불쌍한 짐
정신이 나가 버렸어

 

경찰이다!
다들 뭘 보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이에요?

 

1시간 반째
저러고 걱정을 시키네

 

들어와

 

진짜 좋구나!

 

70대 노인한테 약을 먹이다니
큰일 날 뻔했잖아

 

사냥 가시는 줄 몰랐어요

 

총 들고 숲 속을 뛰어다니셨다고!
영국 양반을 죽일 수도 있었어

 

다행히 무사하시잖아요

 

네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문제지!

 

이런…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냐?

 

우린 너 이렇게 키운 적 없어

 

엄마가 알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 짐은 좀 어때?
- 거의 똑같으세요

 

캐롤이 그러는데 약 성분이
다 빠져나가려면 꽤 걸린대요

 

아빠는 안하무인이에요

 

지금 분명히 말하마
두 번 다시…

 

아버지가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난 아버지한테
그런 짓 안 해

 

걱정했어요

 

이제 걱정할 건 없다만
상황이 아주 위험했어

 

평생 집 밖에
못 나갈 줄 알아

 

- 아빠가 무슨 권리로요!
- 내가 왜 권리가 없어!

 

- 어젯밤에는…
- 도망가 버릴 거예요

 

본의 아니게
말실수를 한 것 같구나

 

저도요

 

아빠한테
예의바르게 행동해야지!

 

캐롤 삼촌네 갈래요

 

이제 지난 일은 그만 잊죠

 

네 방에 올라가지 못해!
당장 올라가!

 

- 아빠가 뭔데 명령이에요?
- 아빤데 왜 못해!

 

그래야지…

 

이 집구석이 진저리나요
아빠도 싫어요!

 

내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방에 처박혀 있어

 

개울에 들어갔을 때
지폐가 젖었어

 

전부 다 꺼내서 말려라
알았냐?

 

알았어요, 어디 있는데요?

 

다 말려야 해

 

전부 다 말려
면허증이랑 이것저것 다

 

네가 보낸 편지도

 

이해가 안 돼요

 

지금껏 이 편지를
갖고 다니셨네요

 

왜 간직하고 계신다고
말씀 안 하셨어요?

 

자식들과 대화한다고
어떻게 되지 않아요, 아빠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면 놀라실걸요

 

머리가 왜 그 모양이냐?

 

숨을 못 쉬겠어!

 

- 숨이 안 쉬어져
- 아빠

 

숨이 막혀!

 

- 숨이 안 쉬어져
- 저 여기 있어요

 

- 숨이 막혀
- 일으켜드릴게요

 

형! 거기 서있지만 말고

 

이리 와서 도와줘
밖으로 모시고 나가자

 

- 진정하세요
- 숨이 안 쉬어져

 

- 어서 나가요
- 숨이 막혀 죽겠다고

 

제기랄!
숨이 막힌다고!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이 안 쉬어 진다고!

 

발 조심하세요, 아빠

 

아빠 부축해 드려
난 커피 좀 더 타올게

 

- 제가 잡아 드려요?
- 네 몸이나 잘 가눠라

 

스킵, 잘 지내냐?

 

한때는 말이야

 

모든 사람이
돼지처럼 보였단다

 

눈이 멍한 돼지 말이야

 

모든 게 좀 누렇게 보였어

 

전쟁 때 말씀이세요?

 

아니, 10분쯤 전에
아마 어제겠지

 

제가 곁을 지킬게요

 

진입로를 따라 둘러진 울타리가
커다란 고무줄처럼 보이지 않니?

 

글쎄요, 솔직히 저 밖은
잘 보이지도 않아요

 

내가 저쪽에 철사를 감아 놨다
네가 7, 8살 때 일을 거들게 했지

 

철사가 엉망진창으로
엉겨 버리더니…

 

안으로 말려들어갔어

 

머리에도 철사가 끼고

 

셔츠와 바지에도 꼈지

 

엉긴 철사에서 빠져나가게
너한테 도와 달랬더니

 

울면서 도망가 버리더군
내가 대체 왜 그러냐고 화를 냈지

 

네가 1, 2분 만에 달려와서는
철사 절단기를 들고 울더구나

 

난 절단기는 필요 없다고
소리를 질렀지

 

네가 직접 와서
도와줬으면 했다

 

넌 누가 다치면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졌어

 

누가 다치는 꼴을
절대 못 봤지

 

- 제가 7, 8살 때라고요?
- 그래

 

- 뭐 하냐?
- 네?

 

- 뭐 하는 거야?
- 아빠한테 팔 두르고 있죠

 

그래

 

기분이 묘하구나

 

괜찮아요

 

너 젖었니?

 

- 젖었냐고요?
- 그래

 

아뇨

 

축축한 것 같은데

 

우리가 옛 서부의 무법자라면

 

난 ‘제시 제임스’로 할래

 

캐롤 형은 ‘팻 개럿’

 

스킵 형은 ‘빌리 더 키드’ 해

 

- 팻 개럿은 범법자가 아냐
- 범법자였어

 

그랬다가 개심해서
보안관이 됐지

 

난 어째서
빌리 더 키드여야 하는데?

 

그거야…

 

형은 운 좋게 몇 명을 죽인
바보, 멍청이니까

 

내가 그 사람 사진을 봤어

 

얼굴이 한쪽으로 처졌어
콧물을 핥아 먹는 것 같이 생겼지

 

내가 공 세게 던져서 네 거시기에
한 방 먹이면 어떡할래?

 

그건 별로야
농담이야, 장난친 거라고

 

쉬었다 하면 안 될까?
여기 서 있기도 힘들어

 

오늘 이상하구나

 

- 아빠
- 왜?

 

이놈들이 현관에 볼일을 봤어
페넬로피 짓인 것 같다

 

다들 어디 갔어요?

 

짐보는 저 밖에 들판에 있다

 

아니, 베드포드 가족 말이에요

 

한 시간쯤 전에 떠났지

 

- 떠났다고요?
- 그래

 

왜 아무도 날
깨우지 않았어요?

 

아무도 몰랐나보지

 

떠나면서 뭐라고 했어요?

 

잘 있으라고, 즐거웠다고
뭐 그런 거지

 

도로시가 가는 길에 먹으라고
치킨하고 비스킷을 챙겨 줬어

 

누가 도나한테
인사 전해 달라고 하지 않던가요?

 

난 기억 안 난다

 

고것 참…

 

보통 때는 참 착한 녀석이…
이제 저기다 일 보지 마

 

짐보가 뭐 하나 보러 가야지

 

그러세요

 

- 집에 도착하면 참 좋겠구나
- 네, 아버지

 

스킵 형, 드디어
괜찮은 여자를 만났네, 그렇지?

 

나 사랑에 빠졌나 봐
어떻게 생각해들?

 

왜?

 

미안해
근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자, 받아

 

됐어

 

뭘 빼고 그래?
아빠도 하셨는데

 

아빠는 이제 궁금한 건
전부 다 알게 되셨네

 

아빠가 그러는데
토하고 나니까 다 잊어버렸대

 

짐보

 

엄마 관에 뭘 넣던데
그게 뭐야?

 

엄마와 나만의 비밀이었어

 

뭔데? 말해 봐

 

내가 엄마한테 쓴 편지야
결국 보내진 못했었거든

 

이거 엄청 센데

 

뭐가?
이번이 처음일 줄 알았어?

 

내가 뭐 원시인이야?

 

웃기고들 있어

 

난 별로야
나한텐 안 맞네

 

FBI한테 쫓기는 기분이 드는걸

 

심장이 엄청 빨리 뛰어
죽기 전에 멈출까 걱정이네

 

짐보, 들어봐
캐롤하고 나는

 

네가 전투에 나가지 않았다고
무시하지 않아

 

정말이야

 

우린 형제잖아
우린 널 목숨처럼 아껴

 

네가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괜히 시기할 거 없어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넌 참전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해

 

캐롤과 난 우리가 한 일이
자랑스럽긴 하지만 악몽 같았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 그 일은 잊어

 

넌 일도 할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잖아

 

넌 정상적으로 살지만
우리 둘은 아니야

 

아빠가 우리 둘을
어떻게 보시는지 알잖아

 

잠깐 잠들었다가도

 

잠에서 깨어나면
내 몸이 타고 있는 것 같아

 

내 말 듣고 나니
기분이 어때?

 

내가 미쳐

 

형을 정말 사랑하지만
가끔 보면 초 치는데 선수라니까

 

우리랑 같이 어울리고 있는 애한테
뭐 하러 그런 소리를 해?

 

- 그럴 필요가 있었어?
- 그래야 할 것 같았어

 

받아
얼굴에 대고 있어

 

그래서 형은
‘빌리 더 키드’라는 거야

 

그놈은 생각 없이 우쭐대다가
21살에 총에 맞았잖아

 

형은 말하기 전에
생각부터 해야 해

 

- 나도 생각은 해
- 아니, 안 그래

 

생각을 안 하려고 하긴 하지

 

들어 봐

 

치즈버거 사 먹고
우리 집에 가서 놀자

 

가자고

 

그래

 

가자

 

네가 운전해

 

농담하는 거지?

 

네가 하라니까

 

- 정말이야?
- 그래

 

- 준비됐어?
- 그래

 

출발!

 

짐보, 차 세워
세우란 말이야

 

미안해

 

미안하지만
불안해서 안 되겠어

 

빌어먹을,
진짜 이러기야?

 

- 아빠
- 아들

 

무슨 일이야?

 

어제 모병 사무소에 갔었어요

 

아빠가 할아버지 댁에
가셨을 때요

 

저 육군에 입대했어요

 

하사관은 코넬과 제가
함께 배정 받게 해 준댔어요

 

우리 가족들은
모두 군대에 다녀왔잖아요

 

베트남에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봤어요

 

셔츠를 벗고 어깨에는 총을 메고
야자수 아래 있는 사람들이요

 

로큰롤처럼 화끈해 보였어요

 

근사한 일을 하고 싶어요
여기서 썩기 싫어요

 

이제 전 18살이니
아빠 허락은 필요 없어요